민과 정치권에 드리는 호소의 말씀
간호사가 힘든 직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선 더합니다. 2020년 말 현재 국내 병상과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의료장비는 OECD 평균보다 30~50% 많지만 간호사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근무 시간당 20명에서 최고 50명까지 돌봅니다. 일본 7명, 미국 5명의 3~10배에 달합니다. 그래서 백의(白依) 천사(天使)라 불리는 간호사는 정작 현실에서는 백가지 일을 해야 하는 ‘백(百)일의 전사(戰士)’가 되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간호사는 데이(오전 7시부터 오후 3시)-이브닝(오후 3시부터 11시)-나이트(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3교대 근무로 환자 곁을 24시간 지키는데 인력부족으로 근무가 들쭉날쭉해서 생체리듬이 깨져 몸이 망가지기 일쑤입니다. 또 물품과 약품 등을 카운트를 하고 다음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하다보면 근무시간 외에 2시간 이상씩 초과근무를 하는 게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낮은 처우와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몸과 마음이 빠르게 소진됩니다. 이처럼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신규간호사의 47.4%가 1년 이내에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병원간호사회 202 0년 조사).
특히 간호사 대부분은 여성이기에 모성보호가 우선시 되어야 함에도 임신, 출산, 육아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아 30세 안팎이면 병원을 사직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 간호사 면허를 ‘7년짜리’로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는 간호사 면허를 평생 면허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간호사들은 밥 한 끼 제때 먹지 못하고 화장실 갈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뛰어다니며 환자들을 돌보는 탓에 어린나이에 방광염과 위장병을 달고 삽니다. 그리고 환자들이 간호사들로부터 ‘잠깐만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유도 인력부족에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을 부여 받았지만 간호사는 79년 전 일제 잔재인 조선의료령에 뿌리를 둔 의료법에 의해 불법의료 행위자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의사의 부당한 업무지시로 간호사들이 의사 ID(신분증)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환자들에게 줄 약을 대신 처방하고, 병원에 약사가 없어 조제까지 하고 있는데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을 고용하지 않아 채혈과 X-ray 촬영까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럼에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일부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법은 간호사들의 이익만을 위한 법이라며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단독개원을 하게 되고 다른 직역의 영역을 침범해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무너뜨린다고 거짓 주장을 하며 간호법 제정을 가로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호법은 현재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는 간호사 업무 내용과 동일하기에 단독개원을 할 수도,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해할 수 없습니다.
아픈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국민 모두의 생명권, 건강권은 지켜질 수 없습니다.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과중한 업무를 개선하여 간호사가 의료현장을 떠나지 않게 만드는 일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생명과 건강권을 지키는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과 여야 정치인께 간곡하게 호소 드립니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들이 더 이상 현장을 떠나지 않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대한민국을 간호하며 소명의식을 갖고 국민과 환자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서명운동에 참여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2023. 2. 22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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